‘호스피탤리티’의 시대, 손님에게 서비스 넘어 감동 줘야

  • 동아일보

[푸드 NOW]
음식과 공간 통해 고객을 환대… 감정 만드는 일련의 과정 중요
존중과 배려가 좋은 기억 남겨… 진정한 환대 레스토랑 격 높여

레스토랑이나 바를 평가할 때 ‘음식의 맛과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손님이 그 공간에서 어떤 감정과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신라호텔 ‘라연’의 웰컴 푸드(왼쪽 사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묵당’에서 생일을 맞이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생일 디저트. 사진 제공 김유경 푸드디렉터
레스토랑이나 바를 평가할 때 ‘음식의 맛과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손님이 그 공간에서 어떤 감정과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신라호텔 ‘라연’의 웰컴 푸드(왼쪽 사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묵당’에서 생일을 맞이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생일 디저트. 사진 제공 김유경 푸드디렉터
최근 미국의 영향력 있는 미디어 ‘옵서버(Observer)’가 ‘나이트 라이프 & 다이닝 파워 지수 2025(Night Life & Dining Power Index 2025)’를 발표했다. 글로벌 외식 & 호스피탤리티 산업 리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지수로 운영 성과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과 진정성 있는 호스피탤리티 능력을 기준으로 선정된 명단이다.

‘아토믹스’, ‘아토보이’, ‘나로’, ‘서울 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현, 박정은 대표는 호스피탤리티 분야 1위로, ‘꽃(COTE)’, ‘꼬꼬닭(COQODAQ)’을 운영하고 있는 사이먼 킴 대표는 5위로 선정되었다. 모두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국계 외식 사업가로 코리안 바비큐와 치킨 등 한국 음식과 식문화를 국제적인 반열에 올린 인물들이다.

여기서 조명하고 싶은 것은 ‘한식을 널리 알렸다’는 부분이 아닌 고객에게 오랜 기억과 감동을 남길 수 있는 ‘호스피탤리티’의 중요성이다.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 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환대’로 번역된다. 환대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적이지도 않고 호텔, 레스토랑, 컨벤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적인 단어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생각해 보면 백화점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서비스나 미용실에서 손님의 가방과 외투를 받아주고, 가운을 입혀주는 것 또한 하나의 호스피탤리티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물건을 사러 왔지만 사실은 주차를 하는 순간부터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착용해 보고, 구입하고 나가는 순간까지 브랜드에 몰입할 수 있는 감정이 생겨난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찾는 곳이 레스토랑이지만 점원이 메뉴판을 던지고 간다거나 손님을 무시하는 듯한 무례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감정이 생긴다. 그러한 감정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호스피탤리티이고, 비언어적 배려다.

식음료 비즈니스에서 호스피탤리티는 음식과 공간이라는 창구를 통해 고객을 환대하는 마음이자 언어다. 레스토랑이나 바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음식의 맛과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손님이 그 공간에서 어떤 감정과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신라호텔 ‘라연’의 웰컴 샴페인 한 잔, 외국인 입맛을 고려해 담백한 육수에 짭짜름한 기순도 간장을 넣어 테이스팅을 제안하는 ‘아토믹스’, 생일을 맞이한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묵당’의 레터링 서비스와 소믈리에가 직접 담근 탄생주 등 손님을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가 좋은 기억을 남긴다.

호스피탤리티는 서비스 매뉴얼의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손님이 ‘나는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배려다. 똑같은 물 한 잔을 따라도 상대의 속도와 표정, 동행자와의 분위기, 한마디 안부를 더하는지에 따라 경험의 온도가 달라진다. 레스토랑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줬는가가 아니라 그 일련의 행동이 손님에게 ‘어떤 정서적 반응’을 일으켰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와인의 양이 바닥 나기 직전에 시선을 맞추고 리필을 제안하는 타이밍,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때 메인 코스의 속도를 살짝 늦추는 조정 등 과잉 친절이 아닌 손님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조율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오늘 손님에게 어떤 감정을 선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레스토랑의 수준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외식산업#호스피탤리티#레스토랑 서비스#서비스 배려#고객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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