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사라진 산모… 사랑의 병원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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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병원비가 없어 아이를 놓아두고 도망친 산모를 병원 측이 찾아내 병원비를 대 줬다.

주부 이모(34) 씨는 임신 36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2.6kg인 딸을 낳았지만 사흘 뒤 병실에서 사라졌다.

고려대 안암병원 원무팀이 이 씨의 집을 수소문해 찾아가 보니 이 씨는 산후 조리도 못한 몸으로 4남매를 돌보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키울 만한 형편이 못 됐다. 남편(41)은 일용직 노동자로 매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일거리를 구하는 처지였다. 아이 네 명은 가까운 일가친척도 없이 동생을 낳으러 간 엄마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편상 도저히 병원비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이 씨는 아이를 병원에 남겨 두고 집으로 가 버렸다.

고려대 안암병원 직원들은 40만 원을 갹출해 이 씨와 아이의 병원비를 내고 남은 돈을 이 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태어난 아기는 미열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3일 퇴원한다.

이 씨는 “형편이 너무 어렵고 앞길이 막막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말았다”며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도움 주신 분들을 생각해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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