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암 백신 ‘가다실’ 핵심이론 한국인 女과학자가 제공

암 백신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처음 받은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개발에 재미 한국인 여성 과학자가 핵심 이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의 일간지 ‘쿠리어저널’은 루이빌대 브라운 암센터의 한국인 여성 과학자 김신제(49·사진) 박사와 베넷 젠슨 박사가 가다실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들은 1989년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암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이들 외에도 다른 3개 팀이 백신 개발에 참여했지만 김 박사와 젠슨 박사가 이 백신의 핵심 특허에 해당하는 부분에 과학적 이론을 제공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김 박사는 쿠리어저널을 통해 백신 개발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1980년 고려대 식품과학과를 졸업한 김 박사는 프랑스 리옹대에서 미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브라운 암센터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각각 개발해 임상 허가를 받으려고 최근까지 경쟁했지만 결국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머크에서 FDA 승인을 먼저 받았다.

GSK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 말쯤 FDA에 시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간염 백신이 간암을 예방한 것처럼 자궁경부암 백신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가다실은 3회 접종 가격이 360달러(약 34만 원)로 백신 주사제치곤 너무 비싸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 박사는 젠슨 박사와 함께 담배 작물을 이용해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가난한 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쿠리어저널은 덧붙였다. 자궁경부암은 미국에서는 1955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인도에선 여전히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며 전 세계 여성들이 두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브라운 암센터의 도널드 밀러 박사는 “이들이 개발하는 백신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항암제보다도 훨씬 뛰어난 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