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기 쉬워졌어요” 改名신청 月 1만건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6년 1월 19일 03시 22분



개명(改名)을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폭넓게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본보가 지난해 11월 23일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 개명을 원칙적으로 폭넓게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새 판례를 보도한 뒤 전국 법원의 개명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000년 이후 최고치=대법원 관계자는 “개명 요건을 완화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보도된 뒤 개명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12월에는 1만1518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명 신청 통계가 확인된 2000년 이후 전국 법원의 한 달간 개명 신청이 1만 건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가정법원 등 전국 18개 법원(지원 포함)에 접수된 개명 신청은 한 달 평균 5572건.
8월(7661건) 한 달을 제외하고는 매월 개명 신청이 5000건 안팎이었다. 8월에 개명 신청 건수가 갑자기 늘었던 것은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영향으로 전국에 ‘개명 열풍’이 불었던 탓.
8월 이후 다시 5000여 건으로 줄어든 개명 신청은 본보 보도가 있었던 11월에 7536건으로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고 12월에는 전달까지 월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법원별로 보면 지난 한 해 수원지법(산하 4개 지원 포함)에 접수된 개명 신청이 953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지법(7743건·산하 6개 지원 포함), 대구지법(6771건·산하 7개 지원 포함) 순이었다.
▽신청 건수도 늘고 경향도 바뀌고=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가정법원 1층 종합민원실. 개명에 대해서 문의하는 사람들과 개명 신청서를 제출하러 온 사람들로 5개 접수창구 가운데 개명신청 접수창구가 가장 붐볐다.
종합민원실 김모 담당관은 “하루 평균 15∼20건이었던 개명 신청이 대법원 판례 보도 뒤 35∼40건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호적과의 박모 참여관은 “개명 신청 건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개명 신청의 경향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갖가지 사유를 대며 개명 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이름의 발음이 좋지 않은 느낌을 주거나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의 개명 신청이 주를 이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름 바꾸면 성공” 中 경제인도 改名 바람▼
“리쥔(李俊) 아니에요. 이젠 리젠밍(李建明)으로 불러 주세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투자 컨설턴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리쥔 씨는 지난해 3월 이름 때문에 사업이 부진하다는 작명가의 말에 이름을 리젠밍으로 바꿨다.
‘잘생겼다’는 의미를 가진 ‘쥔’이라는 글자 때문에 사업이 안 되고 있으니 ‘밝은 미래를 만든다’는 뜻의 ‘젠밍’으로 바꾸라는 것.
리 씨는 이름을 바꾼 뒤 몇 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1년 만에 20명으로 느는 등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중국에서 이름을 바꾸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최근 몇 년 새 100만 명가량이 개명한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 비용은 10∼300달러 선. 개명 바람은 특히 사업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사업자가 많아지면서 성공을 바라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 사회를 지배한 획일성에 대한 반발도 한 원인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음양의 조화를 고려해 다양한 이름을 사용했으나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공산당을 상징하는 ‘훙(紅)’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급격히 많아졌다.
개명 절차가 비교적 쉬운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중국에선 만 18세가 넘으면 누구나 파출소에 요구해 쉽게 개명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개명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작명소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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