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안성시, 미리내 골프장 갈등 ‘새우등’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코멘트
한국의 대표적 천주교 성지인 경기 안성시 미리내 성지 인근에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천주교와 주민, 업체 간의 대립이 4개월째를 맞고 있으나 서로간의 의견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골프장 부지와 미리내 성지=㈜신미산개발은 올해 2월 경기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일대 33만 평 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허가를 안성시에 신청했다. 이에 앞서 회사 측은 2002년 11월 사업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산 정상 부근의 산림 보전 상태가 양호하다는 당시 환경부의 지적에 따라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정상 부근을 제외한 부지를 대상으로 다시 사업 추진을 하게 된 것.

이에 대해 천주교 수원교구 강정근 신부는 “성지와 주변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골프장 건설은 안 된다”며 6월 2일부터 21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안성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골프장 건설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천주교 측의 단식농성으로 지역사회 안정에 지장이 초래된다”며 허가신청을 반려했다.

지역개발을 원하던 주민들은 이에 반발해 ‘양성면 북부발전위원회’를 구성, “미리내 성지와 3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성역화하려는 초법적 발상을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신미산개발 김형수 상무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천주교는 반성하라”며 7월 14일부터 이달 2일까지 50일간 맞단식 농성을 벌였다.

▽쟁점=수원교구는 산림이 양호한 이곳을 업체 측이 골프장 부지 조성을 위해 2002년부터 두 차례의 간벌을 통해 임목축적(산림 내 나무 밀도)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환경부가 사전환경성검토 과정에서 녹지 보전 양호 등을 이유로 2차례나 개발에 동의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성시는 “간벌은 숲을 가꾸기 위해 다른 산에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임목축적 조사 역시 산림청 질의를 통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전망=신미산개발은 현재 경기도에 안성시의 허가신청 반려는 잘못됐다며 행정심판을 냈고 수원지법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업체 성귀용(49) 본부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천주교 측의 주장만으로는 400억 원이 들어간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수원교구 생명환경연합 안병철(62) 회장은 “안성시가 법적 하자는 문제 삼지 않고 민원을 이유로 허가서류를 반려한 것은 업체 측에 소송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리내 성지:

한국인 출신 첫 천주교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성인 묘소와 103인 순교자 기념 성당 등이 있다. 이 일대는 1801년 신유박해와 1839년 기해박해를 피해 천주교 신자들이 생활해 온 교우촌이 형성됐던 곳이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