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제주교대…총장선거 놓고 1년넘게 밥그릇싸움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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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746명, 교수 33명에 보직교수 16명, 징계교수 21명….

총장선거를 둘러싸고 교수들이 파벌을 나눠 싸우는 바람에 1년간 총장을 뽑지 못한 국립 제주교육대에 감사를 다녀온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들은 “총장직선제의 폐해가 이 정도인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제주 출신의 선후배 교수가 많아 분위기 좋은 학교로 소문났던 제주교육대의 분란은 1996년 이후 두 차례 총장선거 과정에서 자기편 교수를 당선시켜 보직을 맡으려는 싸움 때문에 시작됐다.

2003년 미술교육과 A 교수의 채용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이 경남 출신 A 교수의 논문 수준을 문제 삼아 임용을 반대하면서 ‘개혁교수협의회’를 만들었고 B 총장을 비롯한 나머지 교수 측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지난해 5월에는 두 달 후면 임기가 끝나는 B 총장의 후임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했으나 개혁교수파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 부족을 들어 개표를 중단시켰다.

당시 교수는 29명이었고 3분의 2 이상인 19명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총장파는 1명 모자란 18명, 개혁교수파 11명으로 갈려 누구도 당선될 수 없었다.

여기에다 중간 산회, 회의 고의 불참 등의 방법으로 추천위 의사 진행을 서로 방해해 1년 넘게 총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제주교육대는 학교 운영도 방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는 전국 교육대 평균의 30.9%인 ‘미니학교’이지만 조직이나 기관, 시설은 다른 학교와 비슷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263만 원으로 교육대 평균 814만 원의 1.5배, 교수 33명 중 16명(48.5%)이 보직교수다. 초등교육연수원은 4년 동안 10일만 사용할 정도로 연수 실적이 거의 없었다.

교육부는 7일 총장선거 파행의 책임을 물어 현직과 전직 총장 등 3명을 징계하고 총장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18명은 경고, 8명은 주의 조치했다.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받은 교수는 21명이다.

교육부는 총장 선출 기한을 넘길 경우 정부가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개정 교육공무원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이달 중 총장을 직권 임명할 계획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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