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한자…펜글씨학원등 복고 교육 열풍

  • 입력 2005년 9월 7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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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4345, 5만 7454, 13만 2345이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학원. 초등학생 10여 명이 화려한 무지개색 주판의 알을 튕기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이 학원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으며 수강생은 200여 명이다.

1997년 주산학원 간판을 직접 뗐던 학원장 김모(40) 씨는 "지금의 주산열기가 감격스럽다"며 "학부모들 사이에 주산이 수학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수강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왕년의 사교육 강자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속독은 '포토리딩'으로, 주산은 '예스셈', 바둑은 '브레인업바둑' 등으로 겉옷을 갈아입었다.

주산의 부활은 '예스셈'이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는 한 업체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혀들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3월 첫 학원을 낸 이 회사는 1년 남짓 만에 전국에 2500개의 가맹 학원을 모을 정도로 '주산 열풍'을 이끌었다. 서울 압구정동과 신사동 등 일부 지역은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가맹점을 내줄 수 없을 정도다.

한 때 퇴출위기에 직면한 한자 역시 중국어 열풍에 힘입어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이미 한자사교육시장의 규모는 3000억원을 넘었으며 한자검정시험인원도 2001년 40만 명, 2002년 76만 명, 2003년 78만 명, 2004년 104명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최근 논술 열풍이 불면서 펜글씨와 속독학원들도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작성이 보편화되면서 직접 손으로 글을 쓰는 능력이 떨어지자 학부모들이 주관식 답안지 작성을 위해 펜글씨 교육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

사단법인 대한글씨검정교육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익숙해져 글씨가 형편없다"며 "초등학교 때 글씨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커지자 짧은 시간 내에 책을 읽는 기술인 속독이 '포토리딩'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바둑 역시 두뇌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교육의 한 분야가 되고 있다. 방문학습 시스템까지 도입되면서 바둑은 새롭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양대 정진곤(鄭鎭坤·교육학) 교수는 이에 대해 "논술 열풍에 힘입어 관련 분야의 사교육을 시키겠다는 학부모들의 요구와 학원들의 상술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속독 등으로 아이에게 나쁜 학습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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