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준호]‘윗분’만 의식한 교육박람회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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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2005 교육인적자원혁신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을 둘러봤다.

1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 박람회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인재 강국을 실현해 가는 한국 교육의 미래상과 이를 향한 도전 등을 보여 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한마디로 현 정부가 강조해 온 ‘교육 혁신’의 현주소를 보여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그 어디에서도 교육 혁신의 미래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대학교육혁신 존(zone)’에서 H대, S대는 기념품을 내걸고 관람객을 상대로 다트(화살던지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관람객 유치를 위해 화살을 던져 대학 이름을 맞히면 휴대용 선풍기를 주기도 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보여 줄 것이 그렇게도 없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16개 시도교육청이 수억 원씩을 들여 호화판 부스를 세운 ‘지역교육혁신 존’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교육청은 ‘물방울 마술’로, 또 다른 교육청들은 ‘판소리’와 ‘인형 만들기’ 등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한 관람객은 박람회 사무국 홈페이지에 “IT박람회인지, 자료전시회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실망의 글을 올렸다. 도우미에게 전시내용과 자료설명을 요구했더니 “잘 모르니 나중에 다시 와 달라”란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

교육부는 행사 3개월 전부터 40개 대학과 16개 시도교육청, 산업체 등 박람회 참가 관계자들을 불러 부스 디자인과 보안 점검에 신경 써 줄 것을 독려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니 대학 총장, 전국 시도교육감이 모두 참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부스 디자인 시안 요구, VIP 참가에 대비한 보안 점검 요구 등 행사의 외형에만 신경을 썼지 교육 혁신 사례 전시를 통해 내실 있는 박람회를 꾸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노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개막식 며칠 전 e메일로 이를 통보받은 대학과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부실 박람회의 이면에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신경을 쓴 교육부의 이런 비교육적 행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차준호 사회부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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