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수사 급류]吉씨 “작년4월 이명박시장 만났다”

  • 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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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주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한나라당 전 경기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 김일주(金一柱) 씨에게 청탁과 함께 14억 원의 현금을 건넨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부동산개발업체 ‘미래로 RED’의 길모(35) 사장이 김 씨의 주선으로 지난해 4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길 씨는 11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시장이 민원인을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현재로서는 이 시장을 조사할 단서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柳在晩)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날 추가로 2개 재건축 시행업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대상 2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은 청계천 주변의 세운상가 재개발지역에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을 추진해왔다.

구속된 양윤재(梁鈗在)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최근 이 건물의 높이를 85m(지상 21층)에서 109m(지상 32층)로, 용적률을 789%에서 1000%로 높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택국 등 실무부서에서는 층고제한 완화에 반대했으나 결국 통과됐다.

한편 길 씨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부동산 개발업자로 밝혀졌다. 경기고를 다니다 캐나다로 이민가 밴쿠버에 있는 명문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를 졸업했으며 1998년 2월부터 12월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선수 박세리 씨의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스포츠 일간지인 ‘스포츠 서울’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 부친 사업을 돕는다며 신문사를 퇴직한 뒤 ‘미래로RED’에서 일해 왔다.

길 씨는 서울 중구 수하동에 지상 38층, 지하 8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 부시장과 김일주 씨에게 돈을 직접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길 씨는 돈을 전달하는 역할 정도만 맡았고 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인물은 미래로RED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길 씨의 아버지(61)로 알려졌다.

길 씨의 아버지도 역시 캐나다 국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88년 Y관광 회사자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됐지만 캐나다 국적을 취득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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