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남산이 살아난다… 웅덩이엔 올챙이 하늘엔 황조롱이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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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서울시
사진제공 서울시

지름 3m 정도의 연못에는 벚나무 꽃잎이 물 위에 떠 있었다. 수면 아래로는 꼬물거리는 올챙이들이 줄잡아 수백 마리는 돼 보였다.

26일 오후 서울 남산공원 통제구역 내 개구리서식지. 서울시 자연생태과 온수진 주임이 남산의 동물생태 점검에 동행했다.

“아침에는 올챙이를 잡아먹으려고 까치들이 물가에 서 있어요. 개구리가 있으니까 뱀이 오고, 뱀을 먹으려고 황조롱이가 오고… 개구리를 중심으로 동물들이 모이는 거죠.”

남산에 개구리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3월. 개구리가 나타난 이후 연이어 뱀 허물, 도롱뇽 알도 발견됐다. 서울시는 최근 1년 새 남산에 야생동물이 크게 늘었다고 판단하고 올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남산 동식물상 정밀 모니터링에 착수한다.

맑은 물에서만 사는 개구리나 도롱뇽은 서울시가 1999∼2001년 남산 남서쪽에 만든 연못에서 나타났다. 반딧불이 서식지 조성사업을 위해 만들었다가 사업에 실패하자 방치한 연못에 어느 날 개구리가 찾아온 것이다.

“산 한 구석에 물이 고여 있을 뿐인데 주변 생태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인공사육장에서 키워 방사했던 개똥벌레는 남산에 적응하지 못했다. 동물을 데려오는 것보다 동물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은 시는 현재 남산 곳곳에 생태연못을 만들고 있다.

국립극장 뒤편 계곡에는 인부 10여 명이 완만한 골짜기에 보를 쌓고 있었다. 10여 m 간격으로 웅덩이를 파고 그 앞에 무릎 높이로 자연석을 쌓은 뒤 돌 사이를 진흙으로 메우는 작업이다.

“전에는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빗물이 금방 내려갈 수 있도록 계곡에 콘크리트로 물길을 냈어요. 저런 곳은 유속이 빨라 동물들이 접근할 수도 없고 물도 고이지 않습니다.” 온 주임이 계곡 바닥으로 반듯하게 난 폭 2m가량의 콘크리트 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달 초 보 쌓기 작업을 마친 필동천 계곡에는 벌써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다. 가장 큰 것은 길이 5m 폭 7m가량에 수심이 1m 정도였다. 보를 쌓은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소금쟁이 수십 마리를 벌써 볼 수 있었다.

물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공원 내로 들어오는 차량을 통제하는 문제. 현재 북측순환로 3.4km는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지만 남측순환로 3.1km 구간에는 일방통행으로 차들이 다닌다.

시는 다음달 1일부터는 남측순환로에서도 차량 진입을 막을 계획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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