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경인방송서 마이크 다시잡은 박철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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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보내 주셨던 인천 지역 청취자들을 다시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9일 오후 2시 인천 남구 학익동 경인방송(iTV) 6층 iFM 라디오(90.7MHz) 스튜디오.

이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인 ‘박철의 2시 폭탄’의 진행자 탤런트 박철(37)씨가 이동식 마이크를 잡고 선 채 힘찬 목소리로 방송 시작을 알렸다.

“안녕하세요. 두시 폭탄, 폭탄 DJ 박철입니다.”

iFM 라디오는 지난해 12월 31일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추천을 거부해 TV 채널의 방송이 정지되며 회사가 문을 닫아 음악만 내보내왔으나 1일 라디오 방송을 재개했다.

별도의 대본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다 스튜디오에서 기분에 따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고함을 지르기 때문에 ‘보이는 라디오’ 진행자로 유명한 그가 특유의 입담을 늘어놓자 스튜디오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그는 방송에 복귀하며 iFM 프로그램의 홍보와 모니터링, 대본작성 보조 등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한 순수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모여 이달 1일 결성한 ‘경인방송 살리미’의 대장을 맡았다. 물론 라디오 진행도 무보수로 하고 있다.

회사가 폐업을 신고해 광고나 협찬 등을 통한 수익이 없기 때문에 살리미는 모두 무급으로 일하지만 ‘박철이 대장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입자가 매일 150여 명씩 늘기 시작해 열흘만인 10일 현재 1798명에 이른다.

최근 살리미에 가입해 아침 방송 시간대 리포터로 활동하는 김지영(24·남동구 수산동) 씨는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을 대표하는 경인방송을 정상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지난해말 방송이 중단된후에도 매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경인방송 살리기를 위해 애를 써왔다. 1, 2월에는 인천지하철 부평역 환승장과 국철1호선 수원역 등에서 살리미들과 함께 평소 절친한 관계인 동료 탤런트와 가수 등을 직접 섭외해 ‘iTV 살리기 길거리 방송’을 6차례나 진행했다.

“방송이 중단된 것은 경인방송 노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허가 추천이 거부돼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겼는데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는 노동조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가 망하면 노조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는 과거 노조원들이 경인방송 법인을 아예 없애고 공익재단을 만들어 새로운 방송사를 건립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1997년 개국때부터 사용해 온 사옥과 방송장비 및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굳이 1000억 가까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방송사를 다시 설립할 필요가 없다”며 “방송위가 재허가 추천을 거부한 이유도 재정능력 부족에 있으므로 좋은 새 투자자를 찾아 방송을 재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박철의 두시폭탄 팬 카페’(http://cafe.daum.net/gundal2)와 인터넷방송국 ‘아이스잼’(www.icezam.com) 등의 회원 1만5000여 명이 보내주는 메일과 메시지 등이 방송 중단 이전보다 세배나 늘어 힘을 더해주고 있다.

그는 “인천 시민들이 그만두라고 하기 전까지는 방송 진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요즘 인천과 경기지역 팬들이 보내주는 성원에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인기 영화배우 옥소리 씨의 남편인 그는 1990년 탤런트로 데뷔,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으며 2003년 iFM 라디오가 개국할 때부터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왔다.

경인방송은 라디오 전파 사용권을 올해 말까지 갖고 있다. 살리미 참가 문의 032-830-0810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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