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인줄 알고 사귀었다면 책임져야"

  • 입력 2005년 2월 2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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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이 사귀는 남자가 유부남인 줄 알고도 만남을 계속해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등 남자의 아내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가사1단독 조현욱(趙賢旭) 판사는 2일 A 씨(30·여)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도 부정한 관계를 계속해 가정을 지키려는 아내의 노력을 깨뜨렸다며 남편의 내연녀인 B 씨(24·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B 씨는 2002년 1월경 자신이 일하는 화장품 가게에 납품하던 이모 씨(30)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했다.

이씨의 아이를 낙태까지 한 B씨는 어느 날 이씨에게서 "난 유부남이고 자식도 있다"란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아내와 이혼하고 당신과 결혼 하겠다"는 말을 믿고 관계를 유지했다.

남자의 확고한 태도를 믿은 B씨는 이씨의 아내인 A씨를 만나 "우리는 사랑하니까 결혼 경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우겠다"며 이씨와 이혼을 요구했다.

A 씨는 남편을 밤낮으로 설득해 봤지만 남편의 애정행각이 계속되자,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B씨를 상대로 가정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어 4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조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사귀는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부정한 관계를 계속해 원고의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은 위법 행위가 인정되는 만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판사는 "남자가 미혼 행세를 해 만남이 시작됐고 결혼까지 약속한 뒤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 인정된 만큼 청구금액의 25%만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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