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교수, '386 세대'에 일갈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6시 43분


코멘트
"386 세대가 새로운 사회 발전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권력에 흡수돼 쉽사리 변질하고 말 것이다."

386 세대가 대학 재학 시절인 80년대 중반 학생운동에 이념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던 최장집(崔章集)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 학교 386 출신에게 비판 목소리를 냈다.

21일 저녁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이 대학 출신의 '386 송년 모임'에서다.

최 교수는 이날 150명이 참석한 송년모임에서 강연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48년 세대가 분단국가의 건국세대였고, 61년 세대는 권위주의적 산업화 세대로 386세대 이전에 이미 집단적 부상을 이룬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386 세대는 48년 세대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인 남북문제와 61년 세대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인 성장일변도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386 세대가 민족적 자주성과 민중적 민주주의로 무장해 1987년의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이제 새로운 사회발전의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쉽사리 변질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그는 "남 탓만 하는 것은 (범죄자가) 알리바이를 내세우는 것과 같다"면서 386세대의 책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또 "민주주의는 아는 만큼 실현된다"고 말해 386 세대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면서 재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최 교수는 이에 앞선 지난 가을에는 '참여정부' 들어 논란이 되는 갖가지 정책들이 절대 다수의 노동인구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현실 상황과 유리돼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송년 모임에는 이 학교 철학과 83학번인 안희정(安熙正)씨도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안씨의 한 측근인사는 "1년간의 수감생활 때문에 세상사와 동떨어져 있었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 모임에 참석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한 386 모임에서 안씨는 "그동안 나의 삶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위한 삶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나 혼자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이전의 안희정이 아닌 독립 개체로서의 안희정으로 봐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과 관련해 책임질 것을 다 졌기 때문에 노 대통령에 대한 부채도 자산도 모두 정리됐다는 듯한 발언으로 들렸다고 한다.

안씨는 주변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권유를 강력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분간 지인들을 만나면서 자문을 얻을 계획이라고 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