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성일]‘그들만의 노동운동’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26분


코멘트
민주노총이 다시 집단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복인 공무원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으며, 일부 공무원은 국민이 아닌 민주노총의 명령에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대부분 확실한 고용 보장을 받고 있는 안정된 노동자들이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노동운동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대통령이 누구인가. 한때 그들과 함께 노동권을 소리 높여 외치던 노동변호사 출신이 아니던가. 오죽 실망이 컸으면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 하겠는가.

▼도를 넘은 노동계 요구▼

작금의 노동계 행동을 보는 국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무원노조를 자신들의 주장대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인데도 목표에 미흡하다고 법을 어기는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으니 말이다. 현재의 공무원노조 입법안은 과거의 입법안에 비해 노동계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허용했고 일부 협약체결권까지 주었다. 이 정도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근로자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내용이다. 노동계의 주장을 너무 수용한 나머지 기업주가 그들의 고용을 기피할 소지마저 있는 법안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마치 전쟁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시위를 벌이니 소심한 국민은 그저 무섭기만 하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노동운동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노리는 정치운동이며 그 운동방식이 기존의 법질서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이렇게 전투적인 방식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법행동에 대해 전원 사법처리를 공언하지만 실제 처리되는 숫자는 미미할 뿐이며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다 원상회복되니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노리는 입장에선 숨 한 번 더 길게 쉬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민주노총이 합법화되고 전교조가 합법화되지 않았던가. 결국 법과 질서는 순종하는 국민에게만 무서울 뿐 거부세력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지는 판자 담장에 불과한 현실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만병의 근원에 독점노조가 자리하고 있고 그 피해를 국민 대다수가 본다는 사실이다. 생산성을 뛰어넘는 고임금, 갈수록 벌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투자부진, 경쟁력 약화, 청년실업, 성장잠재력 저하 등 어느 것 하나 노조의 폐해와 연결 안 되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 노조원의 80% 이상은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높은 임금과 고용보장을 유도하고, 대기업은 그 부담을 중소협력업체의 하청단가를 동결하는 형태로 해소해 왔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은 물론 임금인상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기업간에 기술과 임금의 격차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한편으로 고임금과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대기업이 채용을 줄이니 청년실업은 증가하는데 중소기업에선 인력난이 심해지는, 고용의 양극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정부조치 국민이 주시▼

이는 종합적으로 경쟁력 약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한 노조원의 ‘철밥통’을 위해 나머지 국민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이제 ‘그들만의 노동운동’이 어떤 것인지 안다. 그리고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1980년대 초기 불법파업을 일으킨 항공관제사 전원을 파면하고 복직을 불허함으로써 노사관계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는 여론의 뒷받침에 힘입은 바 크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우리 여론이 요즘처럼 비판적인 때가 없다. 정부의 단호하고 일관성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