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전수안판사, 범대위에 따끔한 충고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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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진보 성향을 보여 온 서울고법 형사2부 전수안(田秀安·여·사진) 부장판사가 2일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미선·효순양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중생범국민대책위원회’ 김종일 집행위원장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따끔한 충고를 했다.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당시 집회는 사전신고 및 허가가 필요 없는 관혼상제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시위 양상으로 볼 때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좋은 목적의 시위라고 해서 허가 없이 할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독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 등이 시위를 막던 경찰관을 때린 혐의와 관련해 “좋은 목적의 시위일수록 사소한 부분에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그 경찰관도 미선·효순양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있었겠지만 직무상 어쩔 수 없이 질서유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성조기 소각과 관련해서도 “미국인이 태극기를 소각할 경우 미국 법원이 처벌해 주길 우리가 바라듯 성조기는 상대국가의 국기로서 존중돼야 한다”면서 “설령 국기가 아니라도 공공장소에서 기물을 태우는 것은 군중들로 하여금 이성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부장판사는 올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이례적으로 출국신청을 받아들였고, 다른 국보법 위반 피고인에 대한 파기환송심을 정치권의 국보법 개폐 논의 이후에 진행하겠다고 말하는 등 진보적 성향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에게 호의적 태도를 보였지만 판결에서만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단호함을 나타냈다.

그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대부분 유지했으며 양형만 다소 감경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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