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가이드/논술대비]결론은 단순하게…논거-이유 제시 집중해야

  • 입력 2004년 8월 29일 16시 58분


논술은 문제 유형 못지않게 채점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수많은 답안지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원자의 수만큼이나 글의 내용과 주장이 다양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실제 채점을 해보면 뜻밖에도 답안들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보다는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공동선’에 대한 논제가 제시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개인의 이익을 너무 앞세우면 국가가 혼란해진다’ 등 상투적인 논거를 제시한 후 ‘사익보다는 공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오늘날 한국은 사익의 시위만으로 혼란이 생겨날 정도로 단순하고 작은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개인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과 사회적 혼란 사이의 숱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논의를 단순화시키고 있다.

또 한국 문화하면 동방예의지국을, 생명공학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앞세운다. 같은 말이라도 문맥에 따라 참신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상투적일 수도 있다. 동방예의지국은 중국의 기준에 따라 남이 내린 평가다. 이 말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비판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생명공학도 난치병의 치료, 예방 중심의 의료 자원 운용에 기여하는 등 질병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즉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공학 반대’ 일변도로 논의를 한정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문맥과 밀접하게 관련되지 않는 유행어나 특정한 영역에만 쓰이는 인터넷 채팅 용어, 부호 등을 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논술은 응시자나 채점자만이 아니라 한국어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작성돼야 한다. 꼭 실제 사례를 들어 논의를 이끌어가야 하지 않는 한 이러한 용어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논술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제시문의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료 제시형의 경우 지문 속에 논거가 들어있다.

둘째, 반대 주장에 대해 전면적인 부정보다는 논거의 부당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견이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붙인다면 그만큼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셋째, 결론은 단순하게 내리고 논거나 이유 제시에 사고를 집중해야 한다. 입장을 묻는 경우 찬성, 반대의 귀결밖에 없으므로 각각의 주장에 일치하는 풍부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논술은 사고의 규칙과 언어의 조탁 능력 외에도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되는 글의 놀이다. 자신이 자기 글의 주인이므로 가상의 상대와 이야기하듯 편하게 글을 쓰면 된다. 만약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논제라면 중국측의 논거를 제시한 후 무엇이 왜곡인지를 밝히는 것이 더 낫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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