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지자체 연대-금융 데이터, 배달 시장 판도를 바꾸다

  • 동아일보

배달 시장 교정자 역할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상거래 데이터 확보해
금융 본업 경쟁력도 강화

신한은행이 2022년 출시한 공공 배달앱 ‘땡겨요’. 공익성이라는 정체성과 비시장 전략을 바탕으로 가입자 8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공공 배달앱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이 2022년 출시한 공공 배달앱 ‘땡겨요’. 공익성이라는 정체성과 비시장 전략을 바탕으로 가입자 8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공공 배달앱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거대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이던 배달앱 시장에 의미 있는 균열이 생겼다. 주인공은 신한은행이 2022년 출시한 공공 배달앱 ‘땡겨요’다. 이제 땡겨요는 누구나 인정하는 공공 배달앱의 대명사가 됐다. 2025년 기준 누적 가입자 800만 명, 입점 가맹점 30만 개, 누적 주문액 9370억 원을 돌파하며 전체 배달앱 시장 4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특히 배달앱 격전지인 서울 지역에서는 점유율 7.5%를 넘기며 요기요를 제치고 3위에 안착했다.

땡겨요는 배달 중개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2%로 못 박고 입점비나 광고비 등 초기 진입 비용을 없앴다.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보유한 자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시스템을 통해 당일 정산과 무료 선정산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맹점의 지지도 끌어냈다. 마케팅 자본의 열세는 전국 57개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지역화폐 등 공공정책을 지렛대로 삼는 비시장 전략으로 극복했다. 배달 시장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대안 신용평가 등에 활용하며 금융 본업을 교차 보조하는 형태로 수익 모델도 재정의했다. 고객 데이터를 가맹점에 무료로 환원하며 참여자 모두가 생태계의 주인이 되는 ‘프로토콜 경제’를 추구한 것도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땡겨요의 성장 전략을 분석한 DBR 439호(2026년 4월 2호)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데이터 종속 위기감, ‘스타트업 DNA’로 돌파

수많은 플랫폼 비즈니스 중 배달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익성이다.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배달앱의 가맹점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인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사회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시장 교정자’ 역할에 도전해 보자는 방향성이 섰다. 다른 하나는 배달앱의 사용 빈도와 데이터의 질이었다. 배달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일어나는 상거래다. 배달앱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매출, 리뷰, 주문 빈도 등의 순도 높은 대안 데이터를 활용하면 전통적인 재무제표로는 평가가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과 라이더같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제1금융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무결성이 생명인 은행이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품는 건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혁신을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수준의 권한을 부여한 땡겨요 사업단을 꾸렸다. 땡겨요는 서버와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외부 클라우드로 물리적으로 분리해 시스템의 민첩성을 확보했다. 예산 편성, 인력 채용, 마케팅 등 핵심 의사결정도 전결로 처리했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서명한 계약서를 통해 ‘성과의 공은 실무진이, 실패의 책임은 최고경영자가 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심리적 안전감 속에서 땡겨요 사업단은 스타트업 수준의 과감하고 유연한 실험에 나설 수 있었다.

● ‘교차 보조’ 와 지자체 레버리지

땡겨요의 최대 강점은 2%라는 낮은 중개 수수료다. 입점비와 광고비도 없다. 건당 최대 8%에 별도 정액 광고비까지 받는 기존 배달앱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는 땡겨요가 기획 단계부터 ‘배달 수수료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기에 가능했다. 가맹점(낮은 수수료)과 소비자(할인 쿠폰) 양쪽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적 모순의 해법은 본업에서 찾았다. 확보한 데이터를 대안 신용평가에 적용해 소상공인과 라이더 특화 대출을 출시하는 등 금융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마진 확보로 사업 비용을 일부 상쇄하는 이종산업 간의 ‘교차 보조’ 모델이다.

근본적으로 마케팅 출혈 경쟁을 벌일 수 없었던 땡겨요는 지자체를 활용하는 영리한 비시장 전략(Non-Market Strategy)도 추진했다. 당시 지자체들은 깊은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과도한 배달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체 공공 배달앱 출시에 열을 올렸지만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지역화폐의 혜택이 높은 배달앱 수수료 탓에 플랫폼 기업들로 향하는 정책적 딜레마 또한 겪고 있었다. 땡겨요는 이 지점을 파고들어 서울시, 부산시 등 전국 57개 지자체와 연대해 지역화폐 연동을 끌어냈다. 사업의 공익적 성격, 신한은행 본연의 신뢰도 덕분에 가능했다. 그 결과 지자체와의 연대를 지렛대 삼아 거대 플랫폼과의 출혈 경쟁을 피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정부와 민간이 공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계하는 일종의 B2G2C 거버넌스를 구축한 셈이다.

● 매출 당일 정산과 고객 데이터 무료 개방

가맹점과 소비자를 땡겨요 생태계에 단단히 묶어두는 힘은 신한은행의 ‘금융 결제 인프라’였다.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현금 흐름 속도다. 땡겨요는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PG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고, 가맹점주가 올린 매출액을 당일 오후면 입금해 주는 ‘당일 정산’ 시스템을 실현했다. 나아가 기존 대형 플랫폼이 중앙 서버에 독점하던 고객 데이터도 가맹점에 전면 무료로 개방했다. 가맹점주가 직접 단골을 분류하고 쿠폰을 발송할 수 있는 자체 고객 관리 시스템도 제공한다. 생태계 참여자에게 마케팅 권한을 돌려주는 프로토콜 경제로 강력한 충성도를 끌어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땡겨요의 성장을 견인한 ‘지자체 지역화폐’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지자체 예산이 축소되거나 정책이 중단되면 땡겨요의 소비자 트래픽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자체 라이더를 보유하지 않아 서비스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무엇보다 금융 본업과의 시너지를 좀 더 분명하게 창출하고, 흑자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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