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총장의 대학교육 반성

  • 입력 2004년 8월 16일 18시 43분


코멘트
연세대 정창영 총장이 이 대학 홈페이지에 대학교육을 반성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는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을 방치하는 것 같다”며 “대학생들은 1년 내내 놀고 지내거나 거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대학 최고경영자로서 우리 대학의 감추고 싶은 면모를 들춰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대학의 위기에 다들 공감하면서도 실제 대학개혁은 생각만큼 빠르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정 총장은 ‘남의 탓’을 하지 않고 ‘내부 혁신’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대학 개혁을 위해 내부 반성을 먼저 촉구한 그의 글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정 총장은 “한국의 공장에선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대학은 세계 일류의 인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며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그가 “대학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대안을 내놓은 것도 적절하다.

대학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가장 바람직한 형태가 ‘내부 혁신’이다. 대학 스스로 ‘공부하는 대학’ ‘연구하는 대학’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밖에서 아무리 거창한 대학 개혁의 구호를 외쳐대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학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대학 개혁의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어야 할 정부의 움직임은 우려를 자아낸다. 여당이 확정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함으로써 오히려 혁신의 흐름을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지금은 대학이 새 시대 새 환경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해야 할 시기다.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학운영을 경직시키고 정체에 빠뜨리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