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눈물의 최후 진술’

  • 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37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법정에 섰다. 현대에서 200억원을 절대 받지 않았다.”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8호 형사법정. 현대비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은 이날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정덕모·鄭德謨)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권 전 고문은 가슴까지 닿을 정도로 수염을 길게 기르고, 검은색 뿔테 안경과 파란 줄무늬가 있는 미결수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다.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난 40여년간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왔다”며 말을 시작한 권 전 고문은 “한보 사건으로 징역을 살다 나온 98년 4, 5월경 아무런 연락도 없이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김영완(金榮浣·해외 체류)씨가 집에 찾아와 차를 마신 적이 있지만 그 이후 이들을 만나지도, 돈을 받은 일도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진승현 사건으로 구속됐다 지난해 7월 무죄판결이 난 뒤 이제야 미국에서 공부하는 3대 독자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또다시…”라고 말하다 끝내 눈물을 흘렸고 최후진술도 끝맺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는 만큼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단호히 구형했다.

권 전 고문은 2000년 4·13총선을 앞두고 현대에서 금강산 카지노 및 면세점 사업 허가와 관련한 청탁과 현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알선수재 혐의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에 추징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공판은 6월 1일 오후 2시.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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