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국민훈장 받는 ‘입양아 대모’ 한현숙씨

  • 입력 2004년 5월 3일 19시 16분


올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수여되는 훈·포장 중 최고상인 국민훈장 동백장이 미국으로 공수된다.

수상자인 미국 미네소타 아동복지회 해외입양 자문관 한현숙씨(66·여)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

한씨는 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평생 좋아해서 한 일로 상까지 받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1975년부터 1만5000여명의 한국 어린이를 미국 가정에 입양시켰다. 또 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한글과 전통문화를 가르쳤다. 이 때문에 그는 미네소타주 미국인들에겐 ‘한국인의 대모’로 알려져 있다.

1·4후퇴 당시 12살이었던 한씨는 동생들을 업고 피란길에서 나섰다. 목이 터져라 울어대던 버려진 아이들은 황씨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 등과 손이 많아서 그들을 업어주고 잡아 줄 수 있었다면….”

황씨는 62년 이화여대 사회사업과를 졸업한 뒤 국제사회봉사회 한국기독교양자회 등 국내 입양기관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등과 손 노릇을 해왔다. 그는 미 국무부 초청으로 미네소타 아동복지회를 둘러본 뒤 ‘미국에 있으면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75년 미네소타에 정착한다.

그는 96년 골수암을 앓던 입양아 성덕 바우만이 새 삶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바우만씨 양부모로부터 사연을 들은 한씨는 이 사실을 한국 언론에 알려 바우만씨에게 골수를 기증할 사람을 찾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전국 아동복지회는 91년 ‘사회사업가 5인’에 황씨를 선정했다. 미네소타 아동복지회는 지난해 말 은퇴한 황씨를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평생이사’로 추대했다.

한씨는 “작은 힘이나마 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삶의 마지막 날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