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족자’ 40여년만에 돌아오다

  • 입력 2004년 5월 3일 15시 24분


'저항의 계절.'

4·19 혁명의 시대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는 한글 서예 족자 한점이 40여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40×184㎝ 크기의 이 족자는 미국 하와이대의 글렌 페이지 명예교수(76)가 60년대 초 고(故) 이상은(李相殷) 고려대 교수에게 선물로 받은 것. 독특한 문체에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이담주'라는 서명과 함께 낙인이 찍혀 있다.

페이지 교수는 현재 하와이에 있는 세계평화연구소의 소장. 4·19혁명 당시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자문교수로 한국에 체류 중이었다. 이 교수와는 학술 교류를 나누며 막역한 친분을 쌓은 사이.

이상은 교수는 1960년 4월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있었던 전국 대학교수 259명의 시국선언에 앞장섰던 인물. 시국성명의 초고를 작성했으며, 4·25 교수단 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1961년 페이지 교수가 한국을 떠나게 되자 "불굴의 4·19 정신을 세계에 알려달라"며 족자를 선물했다. 페이지 교수는 이 족자를 40년이 넘게 소중히 보관해오다 이번에 국제정치학회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서 고려대에 기증한 것.

고려대 관계자는 "현재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진 이담주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역사적 가치를 지닌 만큼 고려대 100주년 역사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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