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적료와 달라…박근혜대표 수사계획 없다”

  • 입력 2004년 4월 23일 19시 01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02년 대선 전 중앙당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2억원을 수표가 아닌 현금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박 대표의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문효남(文孝男)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23일 “김영일 의원과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등에 의하면 박 대표에게 전달된 자금은 2억원으로 모두 현금”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 대표는 2월 기자회견에서 “대선 전 활동비로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에게 2억원을 받았으며, 모두 수표였다”고 주장했었다.

문제는 박 대표가 2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이 돈이 불법자금이란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2억원이나 되는 돈을 굳이 현금으로 주고받을 때는 통상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불법자금은 거의 현금으로 오간다.

만약 박 대표가 불법자금임을 알고도 받았다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현재 검찰은 박 대표 문제 해법과 관련해 ‘처벌’과 ‘묵인’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만약 박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당장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한나라당의 박상규(朴尙奎) 의원도 불법자금 1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수사팀은 본격 수사를 꺼리는 태도다. 문 기획관은 “월급을 받을 때 그게 수표이든, 현금이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전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대부분이 현금으로 지원금을 받았고, 박 대표가 지원금을 받은 시점이 복당 이후란 점에서 당을 옮기면서 ‘이적료’를 받은 정치인 11명과도 사안이 다르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검찰을 멈칫거리게 하는 진짜 이유는 ‘박 대표가 제 1야당의 대표’라는 사실.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는 ‘정치적 목적의 수사’ 논란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박 대표의 신병 처리를 총선 후로 미뤄놓고 우왕좌왕 해온 것을 후회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박 대표 문제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 앞으로 나아가기도 그냥 물러나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