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정당행사에 녹음기 설치 물의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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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한다며 정당 행사장인 식당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은 진상 파악에 나서는 한편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관계자를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27일 열린우리당 광주 북을 지구당에 따르면 26일 낮 12시경 광주 북구 운암동 A식당에서 여성 당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례회의를 갖던 중 식당 종업원이 식탁 밑에 떨어진 소형 녹음기(보이스 펜) 1개를 발견했다.

당원들은 이어 다른 식탁에서 청색 테이프로 붙여진 소형 녹음기 2개를 추가로 확인했다.

발견된 녹음기에는 ‘고성능 녹음기-4, 5, 6’이라는 일련번호가 쓰여 있었다.

지구당측은 모임이 있기 1시간 전에 선관위 직원 3명이 식당에 들어왔다는 종업원들의 말에 따라 이들이 녹음기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26일 밤 선관위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북구 선관위측은 “관련이 없다”며 부인하다 27일 오전 녹음기 설치 사실을 시인했다.

북구 선관위 관계자는 “지구당에서 당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다는 제보를 받고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녹음기를 설치했다”면서 “선거관리규칙에는 불법선거를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녹음, 녹화, 사진촬영 등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북을 지구당은 선관위가 단속을 빌미로 불법 도청을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관리규칙 제146조의 3항은 조사업무 수행 중 질문 답변 내용에 대해 녹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녹음기 설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될 경우 관련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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