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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2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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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합격한 딸 이현진양(당시 19세)을 잃은 대구시 공무원 이달식(李達植·48·6급)씨.
그는 방화참사가 인재(人災)임이 드러나면서 대구시 관련 공무원들을 죄인으로 여기던 당시의 분위기 때문에 유족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수습에 매달린 채 슬픔을 삭여 왔다.
8일 딸의 1주기 추모제를 미리 지낸 그는 “현진이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1주기가 다가오니 아내의 동요가 심합니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현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금방이라도 아이가 들어올 것 같다’면서 아내가 하루종일 현관만 우두커니 바라볼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는 “참사 이후 현진이 친구 20여명이 수시로 찾아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가까이 이씨 부부의 빈 가슴을 채워주고 있는 이들은 대구외국어고 기숙사에서 현진양과 3년간 숙식을 함께 한 고교 친구들. 이들은 현진양이 학창시절 남긴 글을 모아 조만간 책을 펴낼 예정이다.
“현진이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남긴 일기와 기행문, 독후감, 편지 등 수십권 분량을 정리했습니다. 책 제목은 ‘작은 시지프가 남긴 이야기’로 할 생각입니다.”
이들은 최근 인터넷에 추모카페 ‘현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개설했다.
“우린 널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할거야. 네가 못다 한 일, 네가 못다 이룬 꿈들을 위해 우린 더욱 치열하게, 더 열심히 살아갈 거야.”
친구 이미희양(경북대 1년)은 “‘희생과 봉사’의 상징인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시지프(시시포스)처럼 살고자 e메일 아이디도 그렇게 지었던 현진이의 무덤 옆에 시지프 상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우정에 화답해 이씨는 2일 현진양의 모교인 대구외국어고에 유족보상금 가운데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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