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박지효씨 중증장애 딛고 ‘영광의 학사모’

  • 입력 2004년 2월 8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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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양대 공대 졸업을 앞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박지효씨(왼쪽)와 박씨의 어머니 백정신씨가 다정하게 웃으며 지난 4년간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전지원기자
8일 한양대 공대 졸업을 앞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박지효씨(왼쪽)와 박씨의 어머니 백정신씨가 다정하게 웃으며 지난 4년간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전지원기자
뇌성마비 1급 중증 장애인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이공계를 졸업했다.

20일 한양대 공대 전기전자공학부를 평점 4.5점 만점에 3.88이라는 성적으로 졸업하는 박지효씨(24). 그가 대학을 졸업할 수 있기까지는 어머니를 비롯해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그가 처음 공대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한 음성인식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면서부터였다.

2000년 그가 한양대 공대에 입학하자 학교측에서는 박씨가 수강하는 강의를 모두 1층으로 옮기고 강의실마다 독일에서 특별히 도입한 책상을 배치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박씨에게는 항상 누군가가 필요했다.

종이에 한 자 한 자 천천히 적어 내려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데다 혼자서는 밥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었기 때문.

“어머니가 4년 내내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돌봐 주셨습니다. 시험을 칠 때 교수님들께 제 뜻을 대신 전해 주시기도 하고 용변을 보거나 하면 급히 달려와 해결해 주시기도 했죠.”

어머니 백정신씨(56)는 “교양 과목 같은 경우는 아예 강의를 함께 듣기도 했다”며 웃었다.

2002년, 어머니 백씨가 뇌수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박씨의 학업은 중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한 공부인데 그만두느냐”며 순번을 정해 도시락을 챙겨주고 어머니 대신 3개월 동안 박씨를 돌봐준 동네 아주머니들 덕분에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박씨는 “교수님들께서도 e메일로 매일 다음날 수업 내용을 적어 보내 주시고 내 질문을 e메일로 받아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어 그는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에 힘썼다.

앞으로 형편이 닿는다면 유학을 가서 컴퓨터 구조를 연구하고 싶다는 박씨는 세상을 향한 자신의 소망을 천천히 적었다.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하고 싶다는 희망을, 하고 싶다는 희망보다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세요.”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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