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공관 100m내 집회 금지는 위헌”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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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周善會 재판관)는 30일 국내 주재 외교기관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한 법률에 대해 7 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국회의사당 등 국가기관 및 국내 주재 외교기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1호 중 ‘국내 주재 외교기관’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집시법 중 ‘국내 주재 외교기관’ 부분은 이날로 효력을 상실, 관할 경찰서에서 허가를 받을 경우 미국대사관 등 외국 대사관 인근에서도 집회 및 시위가 가능하게 됐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집회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자유롭게 결정돼야 집회의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며 “외교기관이 아닌 다른 대상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나 소규모 평화적 집회마저도 예외 없이 금지한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이 조항은 서울과 같은 주요건물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의 경우 우연히 위치한 하나의 외교기관 때문에 반경 100m 안의 다수의 잠재적 시위대상에 대한 집회까지 모두 불가능하게 하고, 외교기관 업무가 없는 휴일 집회까지 금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는 “위헌 결정이 났지만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을 가할 경우 집회를 사전·사후에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므로 이번 결정으로 외교기관 인근의 집회가 전면 허용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헌재의 결정을 곧 집시법 개정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나 외국공관 주변에서 집회신고 취지와는 다르게 시위가 발생할 때 사전에 막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시법에 공휴일 집회나 소규모 집회, 또는 외국공관과 관계없는 집회는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두면 헌재 결정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집시법이 개정된 이후라도 신고내용과 달리 집회가 진행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집회가 공공의 안녕이나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 집회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집시법 5조와 8조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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