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등교 거부까지 시켜서야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27분


개학을 맞아 전북 부안의 일부 군민들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에 반대해 초중고교에 다니는 자녀의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이 지역 초등학교들은 어제 결석률이 평균 70%에 육박해 대부분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 학교는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중학교는 결석률이 30% 정도라고 하니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지역 현안에 반대하는 등교 거부 사태라는 점에서 이만저만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학교는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과거 전쟁 때에도 학교수업은 계속되지 않았던가. 학교가 비정상적으로 문을 닫는 일이 생긴다면 오히려 학부모들이 앞장서 반대해야 정상이다. 학부모들이 방폐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등교 거부를 선택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교육을 반대를 위한 수단으로 추락시킨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헌법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것은 교육이 학부모의 권한이기 이전에 학생 각자의 생존능력을 확보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어린 학생들의 학습권은 별개의 문제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일부 군민의 반대 의사는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등교 거부는 냉정하게 따져볼 때 이번 방폐장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교 거부를 주도하고 있는 이 지역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교육청은 결석 학생이 많다고 해서 임시휴교를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적은 수의 학생이라도 그들의 학습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정상수업을 진행하면서 학부모에 대해 인내를 갖고 설득해야 한다. 이번 사태 말고도 외부적 요인에 의해 교육이 침해되는 일에 대해서는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는 방폐장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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