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시-포스코 '불편한 사이'

  • 입력 2003년 8월 18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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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항상 포항시민에게 겸손해야 한다”.

“포스코 만큼 지역을 생각하는 기업이 있느냐”.

경북 포항시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미묘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14일 포항시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포항제철소의 폐수 무단방류 건. 포항시는 이날 “포항제철소가 일부 현장에서 발생한 폐수를 비밀 통로를 통해 수 십 년 동안 형산강으로 무단 배출했다”며 “수질검사 결과에 따라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제철소는 “포항시가 철저한 확인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단속했다”며 “포항시가 주장하는 비밀 배출구는 정상적인 시설이며 빗물이 넘칠 경우 일부 폐수가 섞일 수 있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번 폐수 사건은 포스코와 포항시의 ‘감정’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포항제철 역사관 개관 행사 때 정장식(鄭章植) 포항시장 등 포항지역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아 정 시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연장선에서 이번 폐수 단속도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

포스코 이구택(李龜澤) 회장은 이후 포항시청을 방문해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포스코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 시장은 “포스코가 이만큼 성장하기 까지는 포항시민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포스코는 포항시민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포스코 직원들은 회장이 ‘사과’를 했지만 아직도 “역사관 개관은 회사 내부 행사로 전현직 간부 중심으로 조촐하게 마련했는데 포항시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특히 “포항제철소 직원들도 포항시민인데 포항시가 걸핏하면 포항제철소는 포항시에 신세지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시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 때에도 포스코 측이 화물연대 동향을 신속하게 알려주지 않아 사태가 확산됐다며 포스코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포스코 측은 세계 철강 업계의 최고 모범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공장과 본사가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어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봐도 기업이 위치한 지역에 포스코 만큼 세금 이외 재정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유치가 국가나 지역 발전의 최대 열쇠가 되고 있는데 자치단체가 지역의 기업에 군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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