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방교부세 더 받게…" 합천군,위장전입도 불사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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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이 지방교부세 등의 배분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주민등록법 등을 어겨가며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서류상 전입시키는 방식으로 인구를 늘려온 사실이 드러났다.

합천군은 인구가 계속 줄어 최근 6만명선 마저 무너지자 지난해 말 ‘인구 늘리기’를 특수 시책으로 도입한 뒤 지역 내 유관 기관과 단체 관계자 등에게 주민등록 이전을 요청했다.

특히 합천군은 “2004년 지방 교부세 배분의 인구 통계 기준 시점인 6월말까지의 주민등록 이전 실적을 평가해 우수 부서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군청 공무원들에게 전입자를 늘리도록 독려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2000여명 씩 줄어들던 합천군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12월말 5만7649명이던 것이 6월말에는 6만4112명으로 6개월 사이 전체 인구의 10%를 훨씬 넘는 6463명이 늘었다.

사망자와 전출자를 감안하더라도 매일 36명꼴로 인구가 증가한 셈이다. 5월의 경우 1271명, 6월에는 무려 3231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천군과 사정이 비슷한 산청군, 함양군 등은 지난해 말에 비해 6월말 인구가 1200여명씩 줄었다.

인구 불리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합천군 직원 A씨는 군 복무 중인 후배의 주소를 부모 몰래 진주에서 합천으로 옮겼다가 부모의 항의를 받았고, 다른 직원 B씨는 딸의 친구인 대구 거주 대학생 5명의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천군으로 전입했던 사람 가운데 이달 들어 본래 주소지로 되돌아간 사람이 1000여명에 달해 ‘단기 위장 전입’이 상당수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민등록을 엄격히 관리해야 할 행정관청이 집단적, 조직적으로 관련 법규를 위반한 심각한 사태”라며 “지방 교부세 문제 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의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사 및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천군 관계자는 “주소를 도시지역 자식에게 얹어 두었던 노인과 지역 내 유관 기관 근무자 등이 주소를 옮겼으며 직원들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서류상 주민등록만 이전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지방교부세가 전체 일반세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주민등록 인구는 교부세 배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한편 편법을 동원한 주민등록 이전은 2001년 경남도내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도 한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합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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