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싸게 드릴게…” 걸리면 봉변…고속도로 휴게소서 강매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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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납품하는 옥돔인데 그냥 싸게 넘기려고 합니다.”

5월 12일 오후 5시경 충남 천안시 구성동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휴게소. 잠시 커피를 마시던 신모씨(30)는 건장한 체구의 30대 남자가 건넨 제의에 솔깃해 선뜻 생선 10박스를 10만원에 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생선은 옥돔도 아니었고 이미 부패해 악취가 풍겼다.

지난해 8월 28일 충북 청원군 현도면 죽전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죽암휴게소. 홍모씨(27)도 이 같은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그러자 갑자기 5, 6명의 청년이 몰려들어 심한 욕설을 퍼부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빠져나왔지만 홍씨는 자칫 봉변을 당할 뻔했다.

대전 북부경찰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지난해부터 상습적으로 생선을 강매해온 혐의(사기)로 이모씨(30·대전 동구 용전동) 등 일당 18명에 대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3, 4명이 조를 이뤄 고속도로 휴게소와 대전시내를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밝혀낸 피해자는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10명. 그러나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도심에도 출몰했다. 의사인 박모씨(36)는 지난달 중순 대전 유성구 송강동 신구교 인근에서 냉동차를 탄 채 따라온 이씨 등으로부터 먹을 수 없는 생선 2박스를 10만원에 샀다.

박씨는 “이씨가 냉동차로 승용차를 막아선 뒤 ‘생선 좋아하십니까’라고 물으며 백화점 납품용 옥돔을 살 것을 제의해 의심하지 않고 구입했으나 부패해 먹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박스당 5, 6마리씩 넣어 판매하는 길이 20cm 안팎의 생선은 옥돔과 비슷한 어종으로 먹을 수 없을 만큼 부패한 것이었다. 이들은 부도난 원양어선회사 등에서 마리당 200∼300원에 불과한 생선을 사 폭리를 취했다는 것.

이들은 생선을 냉동차에 싣고 다니지만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냉동고에 방치해 대부분 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북부경찰서 방문홍(方文洪) 형사계장은 “대전 일대에 생선사기 피해 사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고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유사한 강매조직을 만나면 구입 제의에 응하지 말고 자리를 피한 뒤 범행차량의 번호를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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