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기피' 학교서 '목표' 학교로…안동 풍산高 대변신

  • 입력 2003년 7월 20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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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자동차로 5분 떨어진 안동시 풍산읍 안교리 풍산고교(교장 조인식·趙仁植). 68년 개교한 풍산고는 80년대까지 학생수가 800여명이었으나 지금은 280명.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교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따라지 학교’ ‘기피 학교’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풍산고의 변신에 꼭 들어맞는다. 교사 30명이 필사적으로 나섰다. 도시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으로 바꿔보자고 배수진을 쳤다. 문제는 돈. 재단이 교사들과 머리를 맞댔다. 재단(이사장 유진·柳津)은 학교 발전에 필요한 돈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학교 발전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풍산고는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자율학교로 지정받았다. 자율학교는 교과과정 편성, 교사와 강사 채용, 전국 단위 학생 모집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재단은 장학기금 17억원을 내놓고 영어 원어민 교사 채용과 우수학생 해외어학 연수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했다.

교사들은 학교 주변부터 안동시내까지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학생을 믿고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을 몇 번씩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옛날의 풍산고가 아니라며 명문 학교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원에 미달하더라도 중학교 성적이 30% 안에 드는 학생만 입학시키기로 했죠. 학교 주변의 학생들도 싫어하던 학교로서는 엄청난 모험이었어요. 반신반의하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조인식 교장의 말이다.

올해 입학 목표는 인문반 3개 학급 99명. 이 가운데 34명은 채우지 못했다. 지원하더라도 상위 30%가 안되면 입학을 거부했다. 학교가 탈바꿈하는 만큼 학생도 최대한 우수학생을 유치해야 한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1학년 65명의 절반은 안동시내에서 진학했고 경기도 성남시에서도 2명이 진학했다. 이같은 역류(逆流)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 병설학교인 풍산중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그동안 풍산고에 원서만 내밀면 입학할 수 있었지만 1년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기피’ 학교가 ‘목표’ 학교로 달라진 것.

“‘아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깜짝 놀랍니다. 1학년 65명이 학교 전체의 면학 분위기를 확 바꾸었습니다. 덕분에 교사들이 무척 피곤해졌고 공부를 안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무실도 환골탈태했습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밤늦은 시간에도 교무실로 찾아와 질문을 할 정도니까요.” 이준설(李準卨·42·영어) 교사는 흥분하며 말했다.

모든 학생은 골프와 검도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을 반드시 익혀야 할 정도로 특기교육도 열성이다. 전교생의 장학금 수혜율도 80%에 이른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온 박지은(朴智恩·16)양은 “경상도가 처음이고 주변에서도 우려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진학하게 됐다”며 “공부하는 데 부족한 게 거의 없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학교는 약속대로 올해 입학한 학생 가운데 우수학생 3명을 선발해 20일 캐나다 밴쿠버로 2주간의 어학연수를 보냈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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