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회사 좌지우지…" 외국계 회사 사장 "투자 재검토"

입력 2003-06-18 18:36수정 2009-09-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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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메이지붐 OTK 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 박맹우 울산시장(왼쪽)과 환담하고 있다.-사진제공 울산시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내 한 외국계 회사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견디다 못해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18일 밝혀졌다.

한국과 노르웨이 합작회사인 오드펠 터미널 코리아(OTK)㈜의 롭 메이지붐 사장(56)은 “강성 노조가 투자 계획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e메일을 16일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에게 보냈다.

메이지붐 사장은 영문 e메일에서 “지리적인 위치와 인프라, 유능한 노동력 때문에 한국의 발전 잠재력이 강하다고 믿고 있다”며 “하지만 노조가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바람에 전문경영인이 전략적인 회사 경영을 할 수 없어 재투자를 망설이게 된다”고 썼다.

메이지붐 사장은 19일 합작투자사인 서울 대한유화 본사에서 열릴 이사회에 참석해 “노조가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한 1000억원 규모의 올해 투자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오드펠 본사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힐 예정이어서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회사는 이사회에서 올해 안에 물류터미널 시설을 2배 이상 확장하기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자본금 310억원으로 출범한 OTK사는 세계적인 물류 다국적 기업인 노르웨이 오드펠사 50%, 대한유화 41%, 삼영무역 6% 등의 지분구조를 갖고 있으며 온산공단 내 4만8000여평에 11만kL 규모의 액체화물 저장 터미널과 4만t급 선박 접안능력의 전용부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종업원 33명 가운데 18명은 3월 노조를 설립,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연맹에 가입했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측과 단체협상을 벌여오다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2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으며 1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 돌입이 가결됐다. 노조는 25일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다음달 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노조측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신규채용대상에 포함될 수 없는 유니언숍 제도를 채택하고 △노조 전임자 2명의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회사경영실적 등 기밀문서를 복사 열람할 수 있도록 하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생노조인 OTK 노조가 민주노총의 지도를 받아 조합원 18명에 전임자 2명을 요구하는 등 기존 대기업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안 수준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외국인 사장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OTK 노조의 요구는 일반적인 사항으로 협상 여지가 충분히 있는 데도 외국인 사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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