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적차량단속 ‘이름뿐인 초소’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16분


고정초소의 과적차량 단속이 기동단속반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고정초소 44곳(792명 근무)에서 적발한 불법 운행건수는 43건에 그쳤다. 이는 기동단속반 10개 팀(150명)이 782건을 적발한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것이다.

서울시는 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한강교량과 고가차도 등 도로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50곳에서 과적차량(총중량 30t 또는 40t 이상)의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교량과 고가 입구의 초소 한 곳당 도로관리사업소 직원 3명과 공익근무요원 25명가량이 3교대로 근무하면서 유도봉과 호루라기를 이용해 과적차량을 안전지대로 유도한다.

일부 과적차량은 단속원의 정차 지시를 무시하고 1차로로 달아나거나 초소 위치를 미리 알고 다른 램프로 우회해서 교량에 진입하기 때문에 불법운행을 막기가 쉽지 않다.

한 단속반원은 “초소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몸이 허약한 경우가 많아 근무를 오래 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기동단속반은 미비한 법규 때문에 단속에 애를 먹는다. 도로교통법상 단속차량이 순찰차, 응급차, 소방차 같은 긴급차량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과적차량을 뒤쫓으려고 과속하거나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면 감시카메라에 찍혀 개인 돈으로 범칙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안전운행을 하다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부도로사업관리사업소 김진영(金珍英) 기동1반장은 “단속을 거부하고 달아나는 과적차량을 20∼30㎞ 쫓아간 적도 있지만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는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초소를 44곳에서 33곳으로 줄이는 대신 기동단속반을 10개 팀에서 22개 팀으로 늘릴 계획이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