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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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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실종자 가족 4명이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을 출발해 서울 관악구 서울대까지 눈물의 도보행진에 나섰다.
엄청난 비극이 한달도 되지 않아 잊혀져 가는 안타까움에서다. 320㎞의 길을 걸으며 이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대형 참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화재 당시 1080호 전동차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신상효씨(40·울산 신정동)의 동생 태형씨(35)와 실종자 이순자씨(48·여·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동생 은숙씨(31) 및 딸 전은영씨(23), 실종자 신명희씨(41·여·대구 동구 율하동)의 동생 진석씨(33) 등 4명으로 8일 오후 대구 중앙로역을 출발했다.
하루 20∼30㎞씩 걷고 있는 이들은 출발한 지 3일 만인 11일 오후 충북 보은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뒤 12일부터 청주∼진천∼안성∼용인∼의왕을 거쳐 18일 목적지인 서울대에 도착할 예정이다.
실종자 신상효씨는 영남대병원에서 장기투병 중인 아내의 병원비 중간정산과 퇴원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야근을 마친 뒤 울산에서 대구로 올라와 1080호 전동차를 탔다가 참변을 당했다.
울산의 환경업체에 근무했던 그의 월수입은 평균 100만원으로 아내와 두 딸과 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휴대전화조차 구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실종자 확인을 위한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의 동생 태형씨는 “투병 중인 형수가 또다시 충격을 받을까 봐 참변 소식을 최근에야 알렸다”며 “이번 참사의 교훈을 젊은 지성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최종 목적지를 서울대로 정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이순자씨는 어머니가 남동생의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는 아버지의 말벗을 해 주기 위해 1080호 전동차를 탔다. 이씨는 그나마 사고 당시 휴대전화 통화명세가 확인돼 실종자로 인정받았지만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딸 전씨는 홀로 남게 되었다.
전씨는 “길을 걸으며 발바닥이 부르트고 찢기더라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의 죽음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생활설계사였던 실종자 신명희씨는 사고 당일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 있는 교보생명 교육장에서 사내연수를 받기 위해 율하역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화를 당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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