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하철참사 유가족숙소…좀도둑-노숙자 기승

  • 입력 2003년 3월 10일 23시 47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좀도둑이 설치고 노숙자들이 몰려들어 유족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고 현장인 중앙로 역사와 대구시민회관 소강당 등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좀도둑과 노숙자들이 들끓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실종자 유가족들은 이 때문에 야간에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등 도난 예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것.

지난 9일 오전 1시경 40대 여자 2명이 대책위 사무실로 찾아와 유가족을 사칭하며 모포 4장을 받아 달아나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대책위 관계자들이 추궁하자 모포를 돌려주고 사라졌다.

또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대구 시민회관 대강당 남자 화장실 변기에서 최모씨(49·대구북구 대현동)의 빈 지갑이 발견됐다.

대책위는 최씨가 자원봉사나 조문을 하기 위해 시민회관을 방문했다가 지갑을 도난 당한 것으로 보고 최씨의 소재를 찾고 있다.

이에 앞서 6일 오후 5시경 실종자 유가족을 사칭한 60대 남자가 대구시민회관 소강당에 마련된 유가족대책위 사무실로 찾아와 체육복 등 구호품을 받아 가려다 유가족 박모씨(29)에게 적발돼 경찰에 넘겨졌다.

박씨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실종됐다는 여성의 이름을 대며 유가족을 사칭해 경찰에 확인해 보니 사기혐의로 지명 수배된 자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밖에 “심야 시간대에는 노숙자 등이 유족 대기장소로 찾아와 어려움을 겪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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