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거제부시장의 말바꾸기

  • 입력 2003년 3월 5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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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부시장이면서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온 윤영(尹英·48)씨의 ‘식언(食言)’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윤씨가 그간의 약속을 뒤엎고 3일 대행직에서 사퇴하면서 “다음달 24일 실시되는 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거제시 공무원 노조는 윤씨와 인사권자인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각 정당과 다른 출마 예정자들도 비난 성명을 냈다.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윤씨는 물론 김 지사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도민과의 약속을 어긴 탓이다. 또 거제시는 잦은 시장 대행의 교체로 혼란에 빠졌다. 경남도는 예정에 없던 후속 인사를 단행하는 소동을 겪었다.

윤씨는 지난달 24일 거제시장 권한대행으로 부임하기에 앞서 명쾌하고 단호한 어조로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공언했다. “출마 예정자를 내려보내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을 조장하는 정실 인사”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인 셈이었다. 이후에도 불출마 약속을 거듭했다.

‘설마’는 39일만에 ‘말 바꾸기’로 나타났다. 윤씨는 상황론을 들먹인다. 풍부한 공직경험과 추진력 등을 겸비한 자신이 시장 적임자라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출마 예정자를 겨냥, 구시대 인물에게 거제를 맡길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신의 참신성을 부각시키려고 애쓰지만 여론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난의 화살은 김 지사쪽에 더 몰린다. 윤씨가 불출마 선언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었다면 김 지사가 너무 순진했거나 부하직원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꼴이 된다. 인사 당시 윤씨와 경남도가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윤씨는 고향을 위해 몸바쳐 일해 해보려는 자신의 열정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출마선언 보다 약속을 못지킨 경위의 설명과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였다.

신뢰는 추진력이나 실력에 우선하는 인간 사회의 기본 덕목이다.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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