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0호 진입에 공간 축소 매연-열 상승 찜통 만들어”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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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호 차량이 중앙로역에 진입하면서 그 부피만큼 공간이 축소된다. 반 밀폐된 공간인 중앙로역의 매연농도는 급속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터널 화재 전문가인 대한설비공학회 터널환기·방재부문전문위원장 안종환(安鍾煥·조달청 근무) 박사는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를 단순한 인재로만 볼 게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思考)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화재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 박사가 지적하는 공학적 문제점은 두 가지. 우선 화재가 난 후 1080호가 대구 중앙로역에 진입하면서 그 부피만큼의 역구내 공간이 축소돼 이미 배출된 유독가스의 대기중 농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

지하철 차량 1량의 부피는 173㎥ 정도. 대구지하철이 6량으로 편성된 점을 감안하면 1080호의 진입으로 한꺼번에 1038㎥의 공간을 없애버린 셈이다. 이는 성인 3만명 정도가 5분간 숨쉴 수 있는 양의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부피다.

또 1079호에 불이 난 상황에서 1080호가 나란히 정차함으로써 복사열을 급증시켰다는 분석. 1079호와 1080호의 간격은 불과 1.2m여서 화염의 진로를 막고 엄청난 복사열을 만드는 ‘최악의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복사열은 또다시 1079호 화재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화재 실험결과 불이 장애물을 만날 경우 탁 트인 공간보다 10%정도 열 상승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080호가 정차하는 바람에 불의 온도상승이 빨리 진행된 것이다.

안 박사는 “연기와 화염은 부력을 받아 상승하고 천장을 따라 흐르는 특성이 있다”며 “승객은 대피하고, 연기는 막을 수 있도록 천장에 공기벽(Air Curtain)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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