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희선생 生家 불… 63세손자 참변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9시 05분


24일 화재가 발생한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광주 연합
24일 화재가 발생한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광주 연합

해공 신익희(海公 申翼熙·1892∼1956) 선생의 생가에서 불이 나 해공 선생의 손자가 숨졌다. 손자는 지난달 세상을 뜬 어머니의 상(喪)을 지키던 중 불이 나자 아버지를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

24일 오전 5시경 경기 광주시 초월면 서하리 해공 선생의 생가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손자 복영씨(63·경기 군포시 산본동)가 숨지고 경기도기념물 134호로 지정된 생가 중 30평 규모의 안채(목조 기와집)가 전소됐다.

복영씨는 불이 난 직후 잠자던 안방에서 부인(63)과 함께 대피했으나 작은방에서 자던 아버지 창현씨(88)를 구하려고 다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창현씨는 뒷문으로 피해 무사했다.

복영씨의 동생 학영씨(57·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형님은 지난달 돌아가신 어머님께 아침저녁으로 상식(喪食)을 올리기 위해 생가에 머물다 변을 당했다”며 “평소에도 부모님을 끔찍이 생각하는 효자였다”고 말했다.

해공 선생의 생가에는 복영씨 부모가 살아왔으나 지난달 25일 어머니(86)가 사망하자 장남인 복영씨 등 2남3녀가 어머니 상을 지키기 위해 며칠씩 돌아가며 생가에서 지내 왔다.

복영씨는 5년 전 광업진흥공사 기획본부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했으며 차남 학영씨는 현재 일반 기업체에 이사로 재직 중이다. 경찰은 일단 누전에 의한 화재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1867년 지어진 해공 선생의 생가는 안채와 바깥채(사랑채)로 이뤄져 있으며 1992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됐고 유품으로는 목판과 고서, 휘호(친필) 등이 사랑채에 보존돼 있다.

해공 선생은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에서 내무차장 등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제헌국회 의장을 지냈고 1956년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유세 도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해공 선생의 자녀 3남4녀 가운데 현재 장남 창현씨와 덕현씨(72)만 생존해 있다.

숨진 복영씨는 경기 광주시 초월면 광주장례식장에 안치됐다. 031-764-0922

광주〓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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