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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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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을 합법화 하자는 말인가.’
대구 중구청이 내년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난립하고 있는 거리의 노점을 정비, 규격화를 추진하자 부근 가게 주인들이 ‘노점 양성화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중구청에 따르면 대구 중구 중앙파출소∼엑슨밀라노∼대우빌딩 간 동성로 일대의 인도를 화강석으로 포장한 뒤 이달 초부터 이 일대 노점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있다.
구청측은 식음료 및 카세트테이프 판매점을 제외한 노점에 대해 업주에게서 ‘필요시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든 점포(길이 2.4m,폭 1.2m, 높이 1.7m)로 크기와 형태를 통일토록 했다.
이 조치로 동성로 중앙파출소∼엑슨밀라노 구간에서 영업중인 40여개의 노점이 새롭게 규격점포로 탈바꿈 했다.
이에 대해 동성로 일대에서 가게를 얻어 영업중인 상인들로 구성된 ‘동성로 상가번영회’는 노점 규격화는 구청의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 근거가 사라지게 돼 사실상 노점을 양성화하는 조치라며 이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 중이다.
동성로에서 악세사리 및 의류 판매 가게를 운영중인 김모씨(45)는 “점포앞에서 버젓이 불법으로 악세사리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에게 손님을 뺏겨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법을 집행하는 행정당국이 불법 영업을 일삼는 노점을 합법화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청측은 상인들의 거센 반발 등으로 인해 지난 20일부터 나머지 구간(엑슨밀라노∼대우빌딩)의 노점 규격화 추진을 보류한 상태다.
구청측은 대신 이달 말까지 동성로 일대 노점의 소음 악취 쓰레기 등 민원을 유발하고 있는 식음료 및 카세트테이프 판매 노점에 대한 일제 단속을 하고 있다. 구청측은 또 동성로 일대의 불법 입간판 및 광고깃발, 도로위 진열상품 등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협하는 시설을 집중 단속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내년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는 동성로를 ‘멋있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노점 규격화를 추진 중”이라며 “이 조치는 노점을 양성화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노점을 없애 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