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보다 더 놀 수는 없다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18분


정부가 최종 확정한 주5일 근무제 입법예고안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지만 다음 정부에서도 준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 조항도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핵심사항인 휴일 휴가가 국제기준이나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서는 곤란하다.

입법예고안대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연간 휴일이 96일에서 138일로 크게 늘어난다. 정부설명 자료에 따르더라도 한국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 5.6년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137일)보다 하루 더 쉬게 된다. 경제계는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근로자를 기준으로 한국이 일주일가량 더 많이 놀게 된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법정공휴일이 17일로 일본(15일)보다 이틀 많은 터에 연차휴가를 15∼25일로 일본(10∼20일)보다 길게 잡은 탓이다.

작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7000달러이고 한국은 8900달러로 일본이 한국보다 4배 이상 높다. 일본을 쫓아가려면 더 땀을 흘려야 할 시기에 거꾸로 더 노는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법정공휴일을 토요일로 돌리거나 연차휴가를 일본에 맞추어 줄여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 국회 통과는 불투명하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이러한 잘못이 바로잡혀 국회에 보내져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30명 미만 영세기업의 시행 시기를 장기 유예함으로써 전체 58% 근로자가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 같은 주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기업의 기반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일본이 88년부터 시작해 업종과 기업 규모별로 3년씩 유예기간을 두어 11년 만에 완전한 주5일 근무제를 이행한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근거 법률도 없이 산업현장별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다 보면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하기 쉽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막판까지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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