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日 월드컵 안전대책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55분


티켓의 색깔별로 응원단을 동서남북 게이트로 분리유도하는 길 안내판. - 전승훈기자
티켓의 색깔별로 응원단을 동서남북 게이트로 분리유도하는 길 안내판. - 전승훈기자
‘관람객을 분리하라.’

2002 한일월드컵 결승전이 벌어질 예정인 일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 일본철도(JR) 신요코하마역에서 내리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등 월드컵 관람석 티켓 색깔별로 경기장 접근로를 지정한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이 화살표 안내표지판은 경기장까지 20여분간 걸리는 도로의 갈림길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는 대전하는 팀의 응원단끼리 서로 마주치지 않고 다른 길로 경기장을 오갈 수 있도록 분리한 것이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와 지난달 17일 열린 일본-코스타리카전에는 경찰과 경비 자원봉사자들이 길목에서 티켓 색깔별로 분리를 유도했습니다. 당시 약 70%의 관람객들이 분리 유도를 따라주었는데 이번 월드컵경기에는 안전을 위해 좀더 확실한 분리 유도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일본 요코하마시 월드컵추진위원회 마사토 미요시 과장은 “일본의 월드컵 교통안전대책 중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관람객의 분리’”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서는 물론 지하철 등에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려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고 훌리건의 난동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교통안전 대책’이라는 것.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 주변에는 신칸센 요코하마역, JR 신요코하마역, 고즈쿠에역, 시영 지하철 신요코하마, 기타신 요코하마역 등 총 5개의 열차역이 15∼20분 거리에 있다. 이런 편리한 철도교통 때문에 관중들을 역별로 분산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다. 요코하마시는 고즈쿠에역 방면으로부터도 스루미강을 건너 경기장에 통하는 접근로를 마련하기 위해 2개의 보행자 전용 다리도 새로 설치했다.

경기장 내 응원석은 모두 4개 블록으로 나눠지며 서로 통행할 수 없도록 완전 분리된다. 각국의 ‘열혈 응원단’이 자리잡는 축구 골대 뒤 좌석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된 티켓을 구입하게 되며 본부석과 맞은편은 티켓에 각각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다. 이중 가장 요주의 대상인 빨간색과 파란색 티켓을 소지한 응원단들은 경기장 게이트에서 전철역까지 가는 길에 절대 서로 만나지 않도록 루트가 철저히 분리된다.

사이타마와 니가타 등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도시의 경우 출전국의 국적별로 응원단을 태울 셔틀버스의 출발 및 도착지를 달리하기도 한다. 사이타마 스타디움 근처의 우라와 미소노역에서는 스타디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승객을 국적별로 따로 수송해 각각 남북 게이트로 유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티켓구입자들에게는 티켓 발송 우편물에 경기장을 찾아가는 방법을 담은 소책자도 함께 첨부돼 배달될 예정이다.

또 니가타현도 신칸센 니가타역 남부출구에서 국적별로 셔틀버스정류장을 다르게 하고 걸어서 가는 관람객의 경우 티켓 색깔별로 도로 양편으로 분리해 걷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국내의 한 교통 전문가는 “서울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오히려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이 경기장에서 2, 3분 거리로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경기 후 관람객이 지하철로 한꺼번에 몰릴 경우에 대비한 안전대책이 잘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경기장 인근 환승역인 당산역과 공덕역 불광역 등에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본처럼 국적별 응원단 분산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요코하마〓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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