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방해 '수상한 세력' 수사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12분


“누군가가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초점을 흐리게 해 수사를 자꾸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하려는 것 같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최근 행적을 염두에 두고 검찰은 이런 말을 반복했다.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을 구속한 검찰의 수사 방향이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김 전 차장에게로 향한 직후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됐고 이 때문에 수사의 물꼬는 신 전 차관 쪽으로 틀어졌다.

신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돈 전달자’로 알려진 최택곤(崔澤坤)씨 소환으로 이어지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검찰 간부들을 상대로 한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 명의의 돈 살포 의혹과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정치인 실명과 함께 터져 나왔다.

검찰은 이 같은 일련의 의혹들이 제기된 것은 김 전 차장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과 관련 없는 정보를 흘려 수사력을 분산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진승현 게이트’에서 김 전 차장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연출자’ 겸 ‘주연’이라면 진씨는 ‘조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씨 구명 로비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의혹의 중심에 김 전 차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벤처거품’의 이면에 권력기관 관계자들이 있고 이를 통해 조성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과도 연관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지난해 김 전 차장이 부하 직원에게 진씨에 대한 수사 상황을 알아보도록 한 것도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미치기 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이 정권 실세의 명단이 포함된 리스트를 만들어 여권과 검찰 수뇌부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이 리스트와 관련해 “그랬을 수 있다”고 말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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