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파업 출정식이라니

  • 입력 2001년 6월 14일 02시 46분


대한항공 노사가 13일 밤 극적 타협을 이끌어냈지만 민주노총 산하 양대 항공사 노조가 이틀간 벌인 파업과 13일 보건의료노조 산하 서울대병원 노조 등 대형병원의 파업 돌입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1층 로비는 파업출정식을 벌이는 이 병원 노조원 1000여명과 병원을 찾은 환자 및 보호자들이 서로 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출정식 사이사이에 노조원들이 스피커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자 환자와 보호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산부인과 치료차 이 병원을 찾은 황모씨(42·여·서울 용산구 이태원동)는 연방 손으로 귀를 막으며 “스피커 소음으로 인해 환자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서 “가장 정숙해야 할 병원에서 파업출정식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6가 이화여대부속 동대문병원에 피부병 치료를 위해 온 김모씨(35·여·서울 강서구 공항동)는 “평소 30분이면 진료에서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데 오늘은 2시간반이나 걸렸다”면서 “처방전을 타려고 아직도 30명 넘게 줄을 서있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치료 중인 임상길씨(55)는 “병원파업과 관련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병원도, 노조도 전혀 설명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서울대병원측은 파업에 대비, 평소 하루 115건 정도이던 수술 일정을 이날 66건으로 줄였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파업에 따라 비노조원 및 일용직원들을 대체근무토록 했으나 진료접수 및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현기득·민동용기자>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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