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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1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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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해임된 부산교도소 전직 교도관 이찬호(李燦鎬·39)씨는 “내 자신의 잘못을 비롯해 더 이상 교도소 내 비리를 숨겨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입을 열었다.
부산교도소는 97년 1월 20일 무기수 신창원이 탈주했던 곳. 그는 이곳을 법의 손길이 미치지않는 ‘작은 왕국’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89년 10월 교도관에 임용된 이씨는 줄곧 경북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근무해오다 99년 3월 부산교도소로 옮기면서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교도소처럼 일부 교도관과 간부들이 갖은 비리를 저지르면서 교도소를 장악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담배 밀거래〓이씨는 “재소자가 교도관에게서 전달받은 담배를 가지고 있다가 발각돼도 대부분 교도소 담장 밖에서 일반인이 담배를 던져 넣어주는 ‘폭탄사건’으로 축소 은폐된다”고 주장했다.
99년 10월경 한 재소자가 담배 56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적발됐으나 이런 식으로 유야무야됐다는 것. 이씨는 “부산교도소에서 한해에 적발되는 담배는 많게는 700여갑에 이르는데 교도관이 개입하지않고는 유통될 수 없는 수량”이라고 말했다.
이씨 자신도 1월 재소자로부터 1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담배 15갑을 전달한 혐의로 해임됐다. 이씨는 “교도소 자체 조사에서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지만 사실은 200만원을 받고 담배를 팔았다”며 “한 번의 실수였지만 돈을 받은 사실이 양심에 걸린다”고 말했다.
▽‘범털’과 ‘개털’의 생활상〓재소자들은 배경과 돈이 있는 ‘범털’과 그렇지 못한 ‘개털’로 나뉜다. ‘범털’은 자신이 원하면 쉽게 독거실이나 병동에 들어가기도 하고 편한 작업장에 노역을 나가기도 한다. 청구파이낸스 사건으로 수감된 김모씨는 이례적으로 교도소에 온 첫날부터 독거실에 배정되기도 했다.
또 ‘범털’들은 신창원이 검거될 당시 입었던 것으로 유명했던 ‘미소니’를 비롯해 수십만원씩 하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이씨는 “일부 재소자는 휴대전화와 라디오 경매정보지 라이터 등을 갖고 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며 “이들 사건도 재소자가 물품을 전달받은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묻혀버렸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던 한 재소자는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최고의 ‘범털’ 대우를 받으며 누구의 감시도 받지않고 교도소 구내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것.
▽구조적인 ‘비리 사슬’〓이씨는 “교도소 내에서도 근무가 편한 ‘꽃보직’이란 게 있으며 간부들에게 평소 잘 보이고 인사를 해둬야만 이런데서 근무할 수 있다”며 “교도관 10년차 연봉이 2500만원 수준에 불과해 결국 담배 밀거래 등 비리에 휘말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론에 내부비리를 고발한 한 교도관의 집주변에 폭력배들을 풀어 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교도소 이상국보안과장(50)은 “교도소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은폐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담배 등 부정 물품이 적발되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휴대전화나 라디오 등은 떠도는 소문이었을 뿐 전혀 발견된 적이 없다”며 “교도소내 인사도 순환보직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교도관의 집에 폭력배가 배치됐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