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관광' 사기극…55명 2500만원 피해 여행사 대표수배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국내에서 가장 큰 제주도 전문 여행사가 싼 가격의 제주도 관광상품을 개발했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한 뒤 회원 가입자들의 돈을 가로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고소된 H사는 지난해 제주도 관광객 송출 1위를 기록한 여행사. 문제가 된 여행상품은 지난해 10월부터 일간지 및 스포츠지에 대대적인 광고를 해 화제가 됐던 상품이다.

이 여행상품에 회원으로 가입한 조모씨 등 13명은 31일 “H사가 지난해 10월 수수료를 포함해 106만원을 내면 5년 동안 5차례에 걸쳐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며, 원금 100만원도 3년 만기 은행채권으로 돌려줘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광고를 내 회원 돈 768만원을 가로챘다”며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조사결과 H여행사는 이 상품 외에도 38만원으로 두 사람이 연 2회(2박3일)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초저가 상품도 판매해 왔으며 여러 상품에 회원에 가입하고 혜택을 받지 못한 고객은 모두 55명으로 피해액은 약 2500만원”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H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지난해 12월부터 여행사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여행사측이 “채권과 통장을 만들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시간을 끌었다고 주장했다.

H사 본점은 올해 초부터 문을 닫은 상태이며 사장 이모씨(31)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를 본 한 회원은 “지난해 말 이사장에게 전화로 항의했더니 이사장은 ‘회사가 사기를 당해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으니 당장은 환불이 어렵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 회원은 “그 후 이사장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행상품 사기 외에도 H사가 피해 회원들의 카드로 결제 금액을 멋대로 조작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몇몇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할부로 결제했는데도 일시불로 돈이 빠져나가거나, 계약한 돈보다 2배 이상 돈이 나간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잠적한 이씨를 전국에 수배하는 한편 이씨의 통장 4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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