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조기실시 추진]월드컵핑계 여야 '딴계산'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여권이 내년 6월로 예정된 4개 지방선거를 2개월 정도 앞당겨 실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야권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선 대권후보 선출, 후 지방선거’로 예상됐던 여야의 2002년 정치일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여1월 야5얼 全大계획▼

▽6월 지방선거 불가론〓여권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지방선거 조기실시 논거는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는 기간과 선거기간이 겹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의 정치일정을 고려해 지방선거를 앞당기려 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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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내년 1월에, 한나라당은 내년 5월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각각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고 전당대회가 열리면 각 당은 당연히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따라서 예정대로 내년 6월에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대통령후보가 진두지휘하는 체제가 되면서 실질적으로 준(準)대통령선거화할 가능성이 높다.

6개월 뒤에 치러질 대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후보와 정당은 사활을 걸고 지방선거에 임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지방선거를 전후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도력은 급속히 약화돼 정치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야 대통령후보 확정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여야 대통령후보 자신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내에서 인책론이 제기돼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후보교체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지방선거 조기실시에 대해서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있다. 따라서 여야의 묵시적 합의 하에 지방선거 조기실시가 조만간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축구대회에도 지장 있다〓예정대로 내년 6월에 지방선거를 실시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월드컵대회보다는 눈앞에 닥쳐온 자신의 선거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국가적 행사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월드컵 열풍에 따른 선거 무관심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것.

▽조기 지방선거 문제없나〓우선 예정된 정치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데에 따른 여론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혀온 여권은 지방선거를 앞당길 경우 전당대회를 지방선거 후로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전 대통령후보 선출을 주장해 온 일부 대선주자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또한 내년 7월에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3∼4개월 전에 미리 선출해 놓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선 신구 단체장과 신구 의원의 공존에 따른 업무혼선 등의 후유증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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