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 지하철서 일본인 구하려다 숨져

입력 2001-01-27 18:36수정 2009-09-21 09:3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일본에 유학온 한국 대학생이 도쿄(東京) 전철역 구내에서 술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비극의 주인공은 이수현(李秀賢·26·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중)씨. 이씨는 26일 밤 도쿄 국철인 JR 야마노테센(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미끄러져 철로에 떨어지자 구하려고 철로로 뛰어내렸다가 때마침 역 구내로 들어오던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날 사고로 처음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비롯해 이씨와 함께 취객을 구하려던 일본인 등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술취한 승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던진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며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크게 보도했다.

▼관련기사▼

- 일본 언론 '살신성인' 한국 유학생 애도

이씨는 이날 신오쿠보역 근처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전철역에서 사고를 당하기 5분 전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이제 전철에 탄다. 30분 후면 집에 도착한다”고 전했는데 이것이 불행하게도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이씨의 여자친구는 그 뒤 이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응답이 없어 이씨와 가까운 유학생 친구들에게 알려 경찰이 신원을 확인했다.

이씨는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휴학하고 99년 11월 일본에 와 지난해 1월 도쿄에 있는 ‘아카몽카이 일본어학교’에 입학했다. 일본어 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그는 여름 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해 고려대에 복학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평소 정의감이 강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기숙사 내에서나 유학생들 사이에서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 그는 지난해 일본어학교에 제출한 입학이유서에서 “일본유학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무역회사에 입사해 두 나라 교역부문에서 확실한 1인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씨가 다니는 일본어학교측도 “이씨는 성적도 우수한데다가 성실하고 의협심이 강한 훌륭한 학생이었다”며 “정의로운 일이었지만 목숨을 잃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