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정절도 조세형 사전준비"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8분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63)씨의 일본 ‘원정절도’ 의문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일본 경찰의 수사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조씨는 사전준비를 거쳐 절도에 나섰으나 일본 사정에 어두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준비〓범행장소인 도쿄(東京)의 시부야(澁谷)구 쇼토(松濤)지구는 메구로(目黑) 히로(廣尾) 아자부(麻布) 등의 지역과 함께 도쿄시내 최고급 주택가로 꼽힌다. 정원이 딸린 2층 저택이 많으며 높은 담장이 없는 집도 많다. 한적한 주택가로 낮에는 통행인이 거의 없어 조씨가 대낮 빈집털이 대상으로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사전답사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체포당시 칼과 드라이버 등을 갖고 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판단착오〓이들 집에는 대부분 전문경비업체의 관리 대상임을 알리는 표지가 있었다. 따로 표지가 없는 집도 거의 경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조씨가 침입한 세 집은 반경 150여m내에 있었다. 첫번째 집 침입시 경비시스템이 작동, 경찰이 출동한 상태였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세번째 집에서 주민에게 발각되자마자 곧바로 검거됐다. 조씨는 일본의 부유층도 한국처럼 집안에 현금이나 귀금속을 많이 갖고 있을 것으로 여겼던 것 같지만 이같은 예상은 틀린 것이었다고 경찰관계자는 전했다.

▽범행 동기〓주일 한국대사관의 김석기(金碩基·경무관)외사협력관은 “몇가지 의문이 있지만 돈이 필요해서 절도를 하다가 실패한 단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청부 절도나 공범이 있을 가능성, 일본 범죄조직과의 연계가능성은 없다는 것. 조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했으나 왜 돈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 숨기기〓조씨는 경찰서에 연행된 뒤 “밀항을 했다”면서 ‘고양빈(高陽彬)’이라고 버텼다. 또 일본 경찰이 ‘원하면 한국대사관 직원을 면담하도록 주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씨가 이를 거부했다. 이같은 조씨의 행동은 ‘대도’라는 망상에 빠진 그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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