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정상회의]"계엄령인가" 방패-곤봉들고 철저통제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회의장 주변에 대한 경찰의 교통통제와 경비가 ‘계엄령’을 방불케 해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19일 오전 8시30분경 지하철 2호선 신천역에서 삼성역 사이 2km는 교통통제와 도로 일부를 차지한 전경버스 10여대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20여대의 시내버스가 늘어선 버스전용차선은 길다란 주차장처럼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탔는데도 직장도착이 20여분 늦었다는 김모씨(33)는 “조금만 융통성을 발휘하면 출근길 교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흥분했다. 이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회사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20여대의 버스가 출발시간을 지키지 못한 S버스회사 직원 백모씨(50)는 “경찰이 얻어먹을 욕을 우리가 다 뒤집어썼다”고 말했다.

아셈회의장 주변은 ‘시민반(半) 경찰반(半)’ 정도로 철저한 출입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인근 사찰 봉은사를 찾아온 박모씨(62)는 “다른 길은 알지도 못하는데 돌아가라고만 한다”며 “경찰이 시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돌아갈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정도는 설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엑스 컨벤션센터 2층 상시전시장에 입주해 있는 수출입 중소상인들도 자신의 사무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한 직원은 “점심시간에 자장면 한 그릇도 배달해 먹기 어렵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회의장 옆 현대백화점을 찾은 김모씨(53·자영업)는 “경찰의 주된 경비방법이 출입통제라면 방패나 곤봉까지 들고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시민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행사의 중요성으로 볼 때 지금의 경비수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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