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고기 회귀현상 "황복맛 다시 보려나"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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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만 해도 서울 수색 부근 한강변에 늘어선 황복집과 뱀장어집은 식도락가의 입맛을 끈 ‘명물’이었습니다. 한강변이 죽은 것은 70년대 들어 개발이 본격화되면서였지요.”

한강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를 연구해온 박은호 한양대 교수(생물학과)는 이렇게 회고한다. 그는 “한강수질이 최근 몇 년 사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수질이 정말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들어 한강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채병수 환경부 생태조사단장은 최근 ‘한강수계의 어류상과 현황’ 보고서에서 “올 들어 한강 서울구간에서 처음 출현한 어종(魚種)은 버들매치(양천) 새코미꾸리(반포) 학공치(양천) 꺽지(광나루) 가숭어(양천) 황복(반포) 등 6종류나 된다”고 밝혔다. 특히 미꾸라지와 비슷한 모양새로 불그스레한 색깔을 띠는 새코미꾸리는 87년 이후, 쏘가리와 비슷하게 생긴 꺽지는 58년 이후 한강 하류 부근에서는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두 물고기는 모두 2급수 이상의 맑은 물에 사는 어종이어서 주목된다.

올해 들어 한강에서 발견된 물고기 종류도 크게 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8년 61종으로 정점을 이루었다가 87년 45종에 그쳐 20년간 16종의 물고기가 한강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90년까지 24종이 더 줄어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강 살리기운동 등으로 90년을 기점으로 어종수가 차츰 늘어났다. 94년 40종 이상의 물고기가 출현한 것을 시작으로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채단장은 “올 들어 조사된 어종은 98년과 마찬가지로 45종이지만 조사지점이 두 군데가 적어 실제로는 더 많은 어종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강 내에서도 지역별 편차는 있다. 올해 서울시가 조사한 지점에서 가장 많은 어종이 나타난 곳은 여의도(35종)였다. 광나루(29종)가 두 번째였고 양천(26종) 반포(18종) 순이었다. 여의도 지역에 어종이 다양한 것은 그나마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밤섬이 물고기들의 좋은 서식공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 한강 수질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58년 한강에서 발견된 61종 중 쉬리 묵납자루 배가사리 버들치 등 19종은 그 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채단장은 “한강 본류에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이 아직 깨끗하지 않은 데다 한강개발로 인해 한강둔치가 콘크리트로 덮이고 수심이 깊어져 물고기들이 제대로 살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한강에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변 곳곳에 자연생태를 최대한 살린 물고기 산란장을 만들 방침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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